“전임자 임금 지원 중단”
정부·경총, 돈줄죄기에
이용득 위원장 공약 깨

정부·경총, 돈줄죄기에
이용득 위원장 공약 깨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고용노동부와 “현 정권 임기 내에서는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와 복수노조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합의문은 한국노총이 정부에 사실상 ‘투쟁 포기 각서’를 써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9일 고용부와 한국노총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8일 만나 한국노총이 노조법 개정 투쟁을 하지 않는 대신,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 문제 등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공약으로 걸고 지난 1월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됐으며 한나라당과 정책연대까지 파기하는 등 대립각을 세워왔는데 9개월 만에 입장을 바꾸게 됐다. 특히 한국노총이 문서로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번 합의는 한국노총의 재정이 어려워진 탓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노총 장석춘 전 위원장은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배제한 채 경영계·정부와 복수노조 시행 및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를 합의했다. 당시 노·사·정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들 돈을 걷어 한국노총에 2년 동안 120억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120억원은 한국노총 금융노조,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에 파견된 노조 전임자들의 임금이다.
하지만 올 1월 이 위원장이 당선돼 노조법 개정 투쟁에 나서자, 경총은 그동안 19억원가량 지원하던 전임자 임금 지원을 중단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정이 앞으로 노조법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조건으로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 지원에 합의했는데 한국노총이 약속을 어겨 지원을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월 4억원이 들어가는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에 대한 재정 부담이 커지자, 은행 대출까지 검토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는 노조법 개정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재정상황이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부당노동행위나 타임오프 제도 개선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오프’ 시행으로 재정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노총은 경총 지원금으로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결국 발목을 잡히게 된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경제학)는 “어떤 이유에서건 노동단체가 정부에 ‘투쟁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합의를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노총이 재정자립에 대한 자구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정부와 경총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노조법 개정 투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비하시킨 것”이라며 “정부와의 야합을 즉각 철회하라”고 지적했다. 전국화학연맹도 성명을 내고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 임금 문제는 구걸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합의는 한국노총의 자존심마저 덤으로 넘겨준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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