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4일 월요일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 장례형식 ‘국장’ 주저 왜?
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 역정, 보수층 부정적 정서 눈치보기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 형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국민장(國民葬)’으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김 전 대통령 쪽과 민주당은 ‘국장(國葬)’이 합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 국민의 애도 열기 속에 장례 형식을 놓고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양쪽은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다. 국장이 합당하다는 쪽은 김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세계적인 정치지도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장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애도 성명을 통해 “그의 조국에 대한 헌신과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지칠줄 모르는 노력, 자유를 위한 개인적 희생은 귀감으로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용기있는 민주화와 인권 투사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슬픔에 빠졌다”고 밝혔다.



▲ 지난 2000년 6월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도 이례적으로 김 전 대통령 서거 하루 만에 조전을 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리희호 녀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애석하게 서거하였지만 그가 민족의 화해와 통일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 남긴 공적은 민족과 함께 길이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군사적 대치가 존재하는 곳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공간이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긴장관계를 이어가는 북한과 미국이 애도의 뜻을 밝힌 점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비중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었고,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평가 속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인물이다. 한반도 평화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이 서거했고, 세계 각국 정상의 애도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김 전 대통령 서거는 ‘국민장’보다 격이 높은 ‘국장’으로 치르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김 전 대통령 장례를 국장으로 치를 경우 보수층의 정서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층은 김 전 대통령의 한반도 햇볕정책과 정치행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고,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 과정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 김대중(사진 왼쪽)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연합뉴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만 유독 국장으로 한다면 이승만 지지자들은 당장 ‘건국 대통령보다 위대하다는 증거를 대어보라’고 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관례를 깨고 ’김대중 국장'으로 격상시키면 장례기간 중에도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통합의 계기가 되어야 할 장례식이 국민분열의 촉발제가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극우세력의 잠정적 지지를 받는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국장 선택을 둘러싼 비판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보수층 정서를 고려해 장례형식을 놓고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면 역으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김 전 대통령 삶의 역정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 속에 각인된 상황에서 특정 세력의 이념적 잣대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형식은 국장으로 치르되 장례기간은 6일 정도로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을 일요일인 오는 23일로 잡을 경우 국장 결정에 따르는 공휴일 지정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공식 빈소(실내)는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보고를 받고 “유족들과 잘 상의해서 예우를 갖추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도록 하라”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님은 적절한 시기에 조문을 가실 것이고, 장례는 앞서 유족들과 잘 상의하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유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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